완벽추구형과(1번) 자유모험형(7번)의 엇갈린 자녀 양육..

토요일 오후, 고요한 거실 한가운데 선 태균(1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분명 오늘 아침, 아이와 나란히 앉아 점심 식사 후에는 수학 문제집 두 장을 꼭 풀기로 새끼손가락까지 걸며 약속했다. 그런데 텅 빈 책상 위에는 바람만 불고, 집 안엔 아무도 없었다. 화를 억누르며 창밖만 노려보던 그때, 도어락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지윤(7번)과 아이가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고 흙투성이가 된 채 꺄르르 웃으며 들어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며, 문제집은 저녁에 풀면 되지 않냐고 해맑게 겉옷을 벗는 지윤을 보며 태균은 깊은 한숨을 삼켰다. 아이 앞에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입술만 꽉 깨무는 태균과, 방금 전까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기분이 남편의 정색 한 번에 차갑게 식어버려 눈치만 보는 지윤. 거실에는 서늘한 정적만이 흘렀다
태균의 마음: 아빠는 악역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하아, 진짜 속이 턱턱 막힌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주말 아침부터 애를 붙들고 앉아 계획표를 짰겠어. 세상을 살아가려면 아주 작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하잖아. 부모가 되어서 그런 기본조차 안 가르치면 도대체 누가 가르치냐고. 그런데 아내는 내 노력을 그냥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려. 날씨 좋다고 나가고, 기분 좋다고 놀고. 그럼 집안의 규율은 도대체 누가 잡아? 왜 매번 나만 애를 잡는 깐깐하고 무서운 아빠가 되어야 하는지 진짜 억울해. 내가 악역을 자처하면서까지 이 가정을 제대로 이끌어보려고 뼈 빠지게 노력하는데, 아내는 그런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만 살아. 이럴 때마다 진짜 나 혼자 벽 보고 육아하는 기분이야. 너무 지치고 외롭다.
지윤의 마음: 오늘 같은 햇살을 놓치는 게 진짜 죄 짓는 거 아니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남편 표정을 보는데 진짜 숨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네. 아니, 오늘 하늘 봤어? 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지는데 그깟 문제집 두 장이 대수야? 애가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는데, 밖에서 흙 만지고 뛰노는 게 훨씬 살아있는 교육이지. 남편은 융통성이라곤 진짜 1도 없어. 계획, 규칙, 시간표. 우리 집이 무슨 군대야? 내가 아예 안 시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저녁에 기분 좋게 풀면 더 잘 풀릴 텐데, 왜 저렇게 사람을 철없고 무책임한 엄마 취급하는지 모르겠어. 남편 눈초리 한번 받을 때마다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애한테 세상이 얼마나 재밌는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내 진심은 늘 남편의 그 답답한 규칙 앞에서 무시당하는 기분이라 너무 서러워.
맘풀고 처방전: 태균과 지윤의 관계를 응원하며..
두 분의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를 향한 짙은 사랑이 전혀 다른 온도로 흐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달라서 생기는 아픈 성장통 같은 시간이지요.
먼저 태균 씨의 마음에서는 완벽추구형 특유의 단단하고 책임감 있는 사랑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올곧은 사람이네요~ 라고 어깨를 토닥여드리고 싶어요. 태균 씨의 내면에는 올곧음,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타협하기는 싫은 성향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가 바른 길로 가길 바라는 그 진심은 가정을 지탱하는 아주 튼튼한 기둥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곧은 기둥이 가족들에게는 기대기 힘든 딱딱한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아주 조금만 인정해 주시면 어떨까요.
반면 지윤 씨는 누구보다 반짝이는 자유모험형의 에너지를 품고 계시네요. 당신은 유쾌한 사람이네요~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지윤 씨는 유쾌함, 그리고 호기심 많은 지루한 건 못 참는 성향을 지니고 계십니다. 아이에게 세상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알려주려는 그 마음은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산소 같아요. 하지만 남편이 애써 세워둔 최소한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가 버리면, 남편은 가장으로서 몹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두 분이 함께 웃으며 아이를 키우려면 서로의 주머니에서 좋은 점들을 꺼내어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지윤 씨는 충동적으로 계획을 바꾸고 싶어질 때, 무작정 행동하기 전에 태균 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상황을 부드럽게 설명해 보세요. 규칙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과정이라는 걸 남편이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요. 태균 씨 역시 주말 계획표를 짤 때, 두세 시간 정도는 아예 빈칸으로 남겨두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 빈칸만큼은 지윤 씨와 아이가 마음껏 즉흥적으로 놀 수 있는 자유 시간으로 내어주는 겁니다. 아빠가 만들어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엄마가 마음껏 유쾌함을 펼칠 때, 아이는 비로소 책임감과 자유로움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모두 달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