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낭만형과(4번) 자유모험형(7번)의 엇갈린 비 오는 주말 저녁…

창밖으로 빗방울이 타닥타닥 부딪히는 낡고 어둑한 재즈 바. 지연(4번)과 민우(7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지연은 이 공간이 주는 쓸쓸하면서도 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요즘 들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헛헛함과 우울함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깊이 나누고 싶어 꺼내놓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감정은 눅진했다.
하지만 지연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민우의 눈동자는 허공을 맴돌기 시작한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기도 하고, 메뉴판을 의미 없이 뒤적거린다.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온몸으로 견뎌내던 민우가 갑자기 맑은 목소리로 손뼉을 탁 친다.
우리 이러지 말고 여기서 나가자. 이 근처에 새로 오픈한 진짜 재밌는 펍이 있대. 가서 시원하게 맥주 마시면서 다트 한 판 하면 기분 다 풀릴 거야. 가자. 응?
순간 지연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입술을 달싹이던 지연은 결국 입을 닫아버렸고, 민우는 영문도 모른 채 굳어버린 연인의 눈치만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두 사람 사이를 채우던 재즈 선율마저 겉돌기 시작한다.
지연의 마음: 내 깊은 감정은 늘 당신에게 피하고 싶은 짐인 걸까?
나는 그저 내 마음의 밑바닥에 고인 이 감정을 당신이 온전히 바라봐 주길 바랐어. 우울하고 축 처지는 이 기분이 나쁜 게 아니잖아. 때로는 슬픔 속에서만 느껴지는 특별하고 진실된 마음이 있는 거니까. 나는 당신이 내 우울함을 해결해 달라고, 당장 나를 웃게 만들어 달라고 말한 게 아니야. 그냥 이 어두운 감정마저도 곁에서 함께 머물러주기를 원했던 거야.
그런데 당신은 내 마음이 조금만 깊고 무거워지려고 하면 늘 도망칠 궁리만 하는 것 같아. 시끄러운 술집, 자극적인 게임, 의미 없이 웃고 떠드는 시간들로 이 소중한 감정들을 덮어버리려고 하잖아. 당신의 그런 가벼운 태도를 볼 때면 내 진짜 모습은 당신에게 그저 지루하고 피곤한 불청객 같아서 너무나 외로워져.
민우의 마음: 가라앉는 분위기를 견디는 게 너무 숨이 막힐 뿐이야…
당신이 그렇게 어두운 표정으로 슬픈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속이 타들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당장이라도 이 우울한 공기를 환기시켜서 당신을 다시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 이렇게 칙칙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슬픈 감정을 파고들어 봤자 남는 게 대체 뭔데?
세상에는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그 무거운 감정의 늪에 스스로 빠져 있으려고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 당신 기분을 바꿔주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잖아. 분위기 띄우려고 재미있는 곳을 찾아서 제안한 건데, 왜 나를 감정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싸늘하게 쳐다보는 건지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맘풀고 처방전: 지연과 민우의 관계를 응원하며…
두 사람의 엇갈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애틋해집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주파수가 달랐을 뿐이니까요.
지연 씨,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네요~. 평범함은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개성낭만형답게, 남들은 피하고 싶어 하는 깊은 슬픔과 우울함 속에서도 진실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분입니다. 지연 씨에게 감정의 깊이는 곧 사랑의 깊이겠지요. 하지만 민우 씨가 분위기를 바꾸려 한 것은 당신의 감정을 무시해서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해하는 그 무거운 공기를 견디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아프고 서툰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우 씨, 당신은 유쾌한 사람이네요~. 호기심 많은 지루한 건 못 참는 성향의 자유모험형으로서, 사랑하는 지연 씨와 늘 즐겁고 빛나는 경험만 나누고 싶었을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연 씨는 감정을 전환하기 전에, 그 감정에 충분히 머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이제 두 분은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배워가면 됩니다. 민우 씨, 다음에 지연 씨가 깊은 감정을 꺼내놓는다면 딱 15분만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 말고 가만히 눈을 맞추며 들어주세요. 그저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지연 씨에게는 가장 큰 사랑의 증명입니다. 지연 씨 역시 민우 씨가 힘겹게 당신의 어둠을 함께 견뎌주었다면, 그다음에는 민우 씨가 제안하는 가볍고 신나는 세계로 기꺼이 손을 잡고 건너가 주세요. 깊은 바다와 눈부신 놀이공원을 함께 오갈 수 있다면, 두 사람의 세상은 그 누구보다 다채롭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