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추구형과(1번) 지식탐구형(5번)의 숨 막히는 주간 업무 보고..

금요일 오후, 부서 전체의 주간 업무를 취합하여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지윤(1번)은 모니터 앞에서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다. 모든 팀원이 정해진 공용 양식에 맞춰 자료를 넘겼는데, 유독 민호(5번)가 보낸 파일만 양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아침 공유하기로 한 진행 상황 체크리스트도 민호는 삼일째 빈칸으로 비워둔 상태였다. 참다못한 지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민호의 파티션으로 향했다. 민호는 커다란 헤드셋을 낀 채 듀얼 모니터에 가득 띄워진 데이터 분석 창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윤이 파티션을 두드리며 굳은 목소리로 양식이 틀렸음과 일일 보고 누락을 지적했다. 헤드셋을 벗은 민호는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건조하고 무심한 톤으로 대답했다. “그 공용 양식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를 담아내기에 비효율적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추출에만 집중하느라 불필요한 일일 보고는 생략했습니다. 결과물 자체는 완벽하게 끝났으니 문제없지 않습니까?” 정해진 원칙과 절차를 무시당한 지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자신의 몰입을 방해받아 피곤해진 민호는 다시 헤드셋을 만지작거렸다. 부서 한가운데에 차갑고 서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지윤의 마음: 조직 생활에 기본 룰이 있는데, 왜 혼자만 잘난 척하며 예외를 만들어?
정말 머리가 지끈거리고 화가 치밀어 올라. 회사 일이라는 게 혼자서 대단한 연구를 하는 게 아니잖아. 다 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니까 매뉴얼이 있고 규칙이 있는 건데. 왜 민호는 늘 자신이 그 규칙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융통성 없이 양식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야. 누군가 한 명이 자의적으로 룰을 깨버리면, 그걸 수습하고 다시 정리하는 건 결국 내 몫이 되잖아. 다들 바쁘고 귀찮아도 조직을 위해 참고 매일 보고를 올리는데, 비효율적이라는 본인만의 잣대로 팀의 약속을 무시하는 그 오만한 태도를 견딜 수가 없어. 내가 마치 쓸데없는 일로 꼬투리나 잡는 피곤한 원칙주의자가 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해. 기본도 지키지 않으면서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정말 이기적이고 무책임해.
민호의 마음: 알맹이가 중요한 거 아닌가? 왜 쓸데없는 형식에 내 에너지를 낭비해야 해?
정말 숨이 막히고 피곤하다. 나는 지금 부서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데이터 분석을 맡아서 며칠째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어. 내 머릿속은 온통 이 복잡한 정보들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구조화할지에 대한 생각뿐이라고.
그런데 지윤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의 퀄리티나 통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오로지 폰트 크기, 표의 위치, 매일 아침 ‘진행 중’이라는 의미 없는 글자를 체크했는지 여부만 중요하게 여겨. 그 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데이터를 끼워 넣는 건 바보 같은 짓이잖아. 내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나는 그걸 가장 중요한 본질을 파악하는 데 쓰고 싶은데, 지윤은 자꾸 사소한 형식과 절차로 나를 통제하려고 해. 그저 조용히 내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다가와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니 당장이라도 모니터 뒤로 숨어버리고 싶을 뿐이야.
맘풀고 처방전: 지윤과 민호의 관계를 응원하며..
지윤과 민호 두 사람의 갈등을 가만히 바라보면, 각자가 생각하는 일의 ‘완성’이 너무나 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한 사람은 시스템의 완벽함을, 한 사람은 논리의 완벽함을 지키려다 부딪힌 것이지요.
지윤, 당신은 올곧은 사람이네요~ 완벽추구형의 특징을 가진 당신은 조직의 기둥 같은 분입니다. 올곧음. 원칙을 지키는 타협하기는 싫은 성향을 가졌기에, 누군가 약속된 절차를 어기면 전체의 안전성이 흔들리는 것 같아 큰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민호가 양식을 어긴 것은 당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그 사람만의 효율적인 방식이었음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민호, 당신은 지혜로운 사람이네요~ 지식탐구형인 당신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탁월한 분석가입니다. 지혜로움. 깊이 생각하는 겉으로 드러나기 싫은 성향 덕분에 누구도 보지 못한 깊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요. 하지만 조직 사회에서 ‘형식과 보고’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동료들이 안심하고 당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언어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이 두 사람이 직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서로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조율이 필요합니다. 민호는 아무리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더라도 “현재 데이터 추출 중이며 금요일에 새로운 양식으로 제안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 하나라도 미리 남겨주세요. 그 한 줄이 지윤에게는 엄청난 안도감을 줍니다. 지윤 역시 민호에게 다가갈 때는 절차의 누락을 탓하기 전에 “분석 내용이 아주 깊이 있네요”라고 결과물의 본질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지윤의 체계적인 추진력과 민호의 깊이 있는 통찰력이 서로를 적으로 두지 않고 손을 잡는다면, 어떤 부서보다도 완벽하고 스마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