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추구형과(1번) 도전돌파형(8번)의 숨 막히는 귀성길 차 안.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차 안, 서늘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지훈(1번)은 굳은 얼굴로 앞만 쳐다보고 있고, 조수석에 앉은 수진(8번)은 팔짱을 낀 채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사건은 불과 몇 시간 전 시가에서 벌어졌다. 쉴 틈 없이 전을 부치던 수진에게 시어머니가 동서와 비교하며 무리한 핀잔을 주자, 참다못한 수진이 앞치마를 벗으며 부당함을 또박또박 짚어낸 것이다. 그 순간 곁에 있던 지훈이 수진의 편을 들기는커녕, 어른 앞에서 무슨 말버릇이냐며 수진의 태도를 매섭게 지적했다. 수진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예의범절만 따지는 남편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지훈은 친척들 앞에서 가문의 질서를 깨뜨린 아내의 직설적인 행동에 참담함을 느끼는 중이다.
지훈의 마음: 아무리 그래도 어른 앞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잖아
아내의 억울함을 모르는 게 아니야. 우리 어머니 말씀이 지나치셨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무리 화가 나도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와 예의라는 게 있잖아. 명절에 온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시어머니의 말을 그렇게 정면으로 받아치면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되겠어? 나는 그저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걸 막고, 며느리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아내는 내 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이고 끝까지 굽히지 않더라. 내가 무슨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만 둥글게, 원칙과 예의에 맞게 넘어가 주면 안 되는 건가? 매번 상황에 맞지 않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아내를 볼 때면 내가 그 뒷수습을 다 해야 할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려.
수진의 마음: 내 편은 안 들어주고 지금 나한테 예절 교육을 하겠다고?
가슴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게 바로 이런 거야. 내가 무슨 없는 말을 지어냈어? 시어머니가 명백하게 부당한 요구를 하셨고, 나는 내 입장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 상황에서 내 편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내 태도를 지적하고 훈계를 해? 나는 부당한 취급을 받고 꾹꾹 참으면서 속앓이하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절대 못 해. 진짜 화가 나는 건 시어머니의 핀잔보다 남편의 그 알량한 선비 같은 태도야. 자기 아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물불 안 가리고 나서서 지켜줘야 하는 게 남편 아니야? 그런데 예의범절 운운하면서 나를 버릇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다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
맘풀고 처방전: 지훈과 수진의 관계를 응원하며..
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두 분이 겪었을 당혹감과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져 와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이 다툼은 누가 맞고 틀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정면으로 부딪힌 결과랍니다.
지훈 씨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완벽추구형의 깊은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올곧은 사람이네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훈 씨에게는 올곧음,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타협하기는 싫은 성향이 뼈대처럼 세워져 있지요. 그래서 절차와 예의가 무너지는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십니다.
반면 수진 씨는 가식 없이 투명한 도전돌파형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당신은 당당한 사람이네요~ 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죠. 수진 씨는 당당함, 그리고 직설적인 약한 모습은 숨기고픈 성향을 지녔기에, 불공평한 상황 앞에서 뒤로 숨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내려 한 것입니다.
두 분이 서로의 든든한 방패가 되기 위해서는 시선의 방향을 조금 맞춰야 합니다. 지훈 씨, 세상의 어떤 원칙과 예의범절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 곁에 있는 아내의 다친 마음입니다. 아내의 방식이 조금 거칠어 보였더라도, 훈계하기 전에 “당신 아까 많이 서운했지?”라며 먼저 아내의 편이 되어주세요. 아내는 남편이 완벽한 내 편이라고 느낄 때 비로소 그 날 선 에너지를 부드럽게 내려놓는답니다.
그리고 수진 씨, 당신의 당당함은 정말 멋진 무기이지만, 표현 방식이 직설적일 때 지훈 씨는 상황 자체가 무너진다고 느끼며 몹시 불안해합니다. 부당함을 말할 때 목소리의 톤을 조금만 낮추고 부드럽게 감정을 전달해 보세요. 아내의 당당함에 지훈 씨의 정제된 표현이 더해진다면, 두 분은 세상 어떤 위기 앞에서도 서로를 지켜내는 가장 강력하고 단단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