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형과(2번) 자유모험형(7번)의 당황스러운 수요일 저녁..

평범한 수요일 저녁, 준호(2번)는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정성껏 사골을 끓이고 있다. 어제 퇴근 후 직장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아내 수진(7번)의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따뜻한 국물을 먹이며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친 마음을 온전히 다독여주려던 참이었다. 도어락 소리가 울리고, 준호가 환한 얼굴로 현관을 향하는 순간 그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버렸다. 수진이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보! 우리 팀원들이 나 기분 풀어준다고 같이 퇴근했는데, 내가 우리 남편 요리 솜씨 최고라고 자랑해서 다 같이 데려왔어!” 해맑게 웃으며 동료 세 명과 함께 우르르 거실로 들어서는 수진. 당황한 준호는 얼떨결에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와 육수를 더 붓는다. 오직 아내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회식 자리로 변해버렸다. 거실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지만, 부엌에 홀로 선 준호의 마음속에는 서운함과 허무함이 차갑게 번져간다.
준호의 마음: 나는 오직 당신의 다친 마음을 안아주고 싶었던 건데…
가스 불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처럼 서러워. 내가 두 시간 넘게 육수를 끓이고 채소를 다듬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신은 알까? 어제 훌쩍이던 당신 얼굴이 떠올라서, 오늘만큼은 온전히 당신 옆에 앉아 손을 잡아주고 당신 편을 들어주고 싶었어. 그런데 당신은 내 그런 애틋한 마음을 한순간에 동료들 앞에서의 요리 자랑거리로 만들어 버렸어. 내가 당신을 위해 쏟은 정성과 시간은 안중에도 없고, 나는 그저 사람들 입에 들어갈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가 된 기분이야. 당신에게 내 사랑은 이렇게 언제든 가볍게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소비해 버려도 되는 걸까? 내 진심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 흩어진 것 같아서, 시끌벅적한 거실 소리를 듣는 내내 너무 비참하고 외로워.
수진의 마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다 같이 웃고 떠드는 게 진짜 힐링 아니야?
어제는 진짜 우울했지만, 오늘은 동료들이 나 기운 내라고 종일 웃겨줘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단 말이야. 이 좋은 기분을 살려서 다 같이 맛있는 걸 먹으면 완벽하겠다 싶었지. 마침 남편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골을 해놨다길래, 남편의 멋진 모습도 자랑하고 싶어서 신나게 데려온 건데. 남편은 부엌에서 왜 저렇게 굳은 얼굴로 사람 눈치를 보게 만드는지 모르겠어. 맛있는 건 여럿이 나눠 먹으면 더 맛있는 거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힘든 일도 금방 잊히는 거잖아. 나는 무겁게 마주 앉아서 어제 일을 또 꺼내고 심각해지는 게 오히려 숨이 막혀. 내가 남편 정성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동료들 앞에서 그렇게 칭찬을 해줬는데, 왜 늘 나를 남의 마음도 모르는 눈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건지 정말 답답해.
맘풀고 처방전: 준호와 수진의 관계를 응원하며..
부엌과 거실을 사이에 두고 멀어져 버린 두 분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먼저 준호 씨의 다정한 부엌에는 사랑나눔형의 깊은 애착이 끓고 있습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네요~ 라고 마음을 안아드리고 싶어요. 준호 씨의 내면에는 따뜻함, 그리고 조심성이 있는 혼자 있기는 싫은 성향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내의 아픔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일대일로 깊이 교감하며 온전히 그녀만을 돌보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싶으셨던 겁니다.
반면 수진 씨의 시끌벅적한 거실은 자유모험형 특유의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당신은 유쾌한 사람이네요~ 라는 말이 수진 씨의 반짝이는 모습과 참 잘 어울려요. 수진 씨는 유쾌함, 그리고 호기심 많은 지루한 건 못 참는 성향을 지니셨기에, 우울하고 무거운 감정에 오래 머물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유쾌한 분위기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려 하시는 거랍니다.
두 분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예쁘게 만나려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준호 씨, 아내가 사람들을 데려온 것은 당신의 사랑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당신이 해준 요리가 너무 자랑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방식을 무심함으로 오해하여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수진 씨, 남편이 준비한 저녁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안아주려는 깊은 위로의 선물이었습니다. 밖에서 사람들을 데려오고 싶을 때는 반드시 남편에게 먼저 연락해 의사를 물어봐 주세요. 다 같이 돌아간 후에는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나를 위해 이렇게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 덕분에 다 나았어”라고 듬뿍 표현해 주세요. 수진 씨의 유쾌한 웃음에 준호 씨의 따뜻한 시선이 온전히 닿을 때, 두 분의 식탁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행복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