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렇게 괜찮을 일이야? 너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해.

“진짜 괜찮아. 어차피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준호(7번)는 말끝에 가볍게 웃어 보였다. 마치 카페에서 메뉴 고르다 나온 농담처럼, 방금 전까지의 공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친구는 컵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좁혔다.
“너, 어제 그 애… 네 반려동물… 보내고도 지금 여행 얘기한다고?”
“여행은 좋은 거잖아. 집에만 있으면 더 우울해지고.”
준호는 휴대폰을 뒤적이며 항공권 앱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빠르게 미끄러졌다. 값싼 특가가 뜨자 눈빛이 잠깐 반짝였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너무 빨라서, 친구는 더 불안해졌다.
“준호야, 너… 슬프지 않아?”
“슬프지. 근데 뭐, 울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말은 쿨했지만, 준호의 웃음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꺾였다. 친구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준호는 웃으면서도 의자 뒤로 살짝 물러났다. 닿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그냥 오늘은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맛있는 거 시켜 먹고, 영화 보고… 그러면 돼. 나 원래 그런 거 잘해.”
“그게 ‘잘’인 거 맞아?”
준호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다는 말로 공기를 가볍게 만들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가 불을 끄고 누우면 그 가벼움이 바닥으로 꺼졌다. 조용해지면 들리는 소리들이 있었다. 자기 마음이 내는, 아주 작은 울음소리.
내가 진짜로 기대도 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까?
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불을 켜지도 않고 소파에 앉았다. 아까는 분명 웃었는데, 지금은 숨이 가늘어졌다. 괜찮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내 진짜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 잠깐 헷갈렸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괜찮아. 괜찮아야지.”
그 말이 혀끝에서 미끄러질 때, 이상하게도 오래된 장면이 같이 따라온다. 어릴 때, 열이 나서 이불 속에서 땀을 흘리던 밤. 거실에서 부모님이 급하게 옷을 챙기며 말하던 목소리.
“엄마 오늘 야근이야. 아빠도 회의 있어.”
“약 먹었지? 그러면 됐어. 울지 마, 지금 그럴 시간 없어.”
나는 울음을 삼키는 법부터 배웠다. 울면 누가 와서 “왜 그래”라고 물어주고, 등 한 번 토닥여주고, 물 한 잔 건네주는 그런 장면을… 나는 잘 몰랐다. 대신 알게 된 건, 혼자서 조용히 재미를 찾아내는 방법이었다.
만화책을 펼치면, 거기엔 내가 기다리던 말들이 있었다. “괜찮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오락실의 소음 속에 있으면, 내 심장이 뛰는 소리도 묻혔다. 동전 하나로 잠깐의 세상이 바뀌는 게 좋았다. 슬픔은 잠깐 뒤로 밀려났다.
그때의 나는 생각했었다.
어차피 울어봤자 아무도 안 달래줘.
그럼 내가 나를 달래면 되지.
그래서 나는 커서도, 너무 잘 버텨버린다. 기대는 법 대신, 웃는 법을 더 빨리 꺼내 든다. “인생 뭐 있어?”라는 말로 내 마음의 무게를 들키지 않으려고, 그 말을 더 크게 던진다. 들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누가 나를 안아주면, 나는 울어도 되는 사람이 되는 걸까. 아니면, 또 괜히 민폐가 되는 걸까.
준호 씨를 응원합니다!
준호 씨, 당신은 유쾌한 사람이네요~ 당신이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혼자서도 살아남아야 했다는 뜻일 때가 많아요. 누가 달래주지 않는 밤들을, 당신은 혼자서 건너왔겠지요. 그 씩씩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요.
그런데 준호 씨, 하나만 물어볼게요.
당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상처받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정말로 당신은 혼자였나요?
아니면… 누가 옆에 있어도, “괜찮은 척”을 하느라 그 손을 놓아버린 건 아니었나요?
오늘부터 아주 작은 실험 하나를 해봐요. 이름은 “괜찮아 금지 10분 실험”이에요.
하루에 딱 10분만, “괜찮아”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시간이에요. 대신 이렇게 말해보는 거예요.
“나 지금 좀 슬퍼.”
“나 사실 많이 허전해.”
“나 오늘은 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누구에게 하든, 혹은 혼자 노트에 적든 괜찮아요. 중요한 건, 준호 씨 마음이 빠져나갈 구멍을 하나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밤에 자기 전, 이 한 문장을 준호 씨에게 들려주세요. 대사처럼 또박또박요.
“나는 오늘도 잘 버텼고, 이제는 조금 기대도 된다.”
“내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웃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은 슬퍼도 괜찮아.”
준호 씨가 늘 가볍게 웃으며 지나온 날들에는, 사실 누구보다 진지하게 버틴 시간이 들어 있었을 거예요.
이제 그만 잠들어도 돼요.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