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관계 매칭] 2번 x 9번: 메뉴 선정의 늪 vs 아무거나 좋아의 저주

사랑나눔형과(2번) 평화중재형(9번)의 아슬 아슬한 데이트 속으로…

주말 오후, 오랜만에 데이트에 나선 지연(2번)과 민재(9번)가 마주 앉아 있다. 차를 마시던 중 지연이 조심스레, 하지만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전날 밤새워 찾아둔 분위기 좋은 식당 리스트 다섯 곳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민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지연을 바라보았다. “와, 언제 이런 걸 다 찾았어? 난 진짜 아무거나 다 좋아. 네가 먹고 싶은 곳으로 가자.”

결국 지연이 심사숙고 끝에 고른 솥밥집에 도착했다. 음식이 나오고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지연의 시선은 오직 민재의 입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민재는 그저 조용히 밥을 씹어 넘기며 “음, 괜찮네.” 짧은 한 마디를 던진 후 묵묵히 식사에만 집중했다.

순간 지연의 얼굴에서 환했던 웃음기가 가시더니 식탁 위로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대화는 뚝 끊겼고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만 유독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연의 마음: 내 정성과 마음이 덩그러니 무시당한 기분이야!

대체 내가 뭘 그렇게 큰 걸 바란 걸까. 어젯밤 퇴근하고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검색창을 뒤졌다. 오빠가 요즘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맵고 짠 것은 피하고, 분위기도 좋으면서 후기가 완벽한 곳들로만 간추렸다.

분명 본인 입으로 아무거나 다 좋다고, 내가 먹고 싶은 걸로 먹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 가니 표정이 왜 저렇게 미지근한 걸까. 억지로 끌려와서 마지못해 밥을 넘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솥밥은 별로라고 말을 해주지. 맛있냐고 물어보니 그제야 시선을 피하며 영혼 없이 괜찮다고 대답하는 모습에 울컥 서운함이 밀려왔다. 나는 그저 밥 한 입 먹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와, 진짜 맛있다. 나 생각해서 이런 곳 알아와 주고 너무 고마워!” 하고 환하게 웃어주는 그 얼굴 하나면 충분했는데. 내 노력과 정성이 이렇게 거절당하고 나니, 나 혼자만 이 연애에 안달이 난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오빠는 날 진짜 사랑하긴 하는 걸까. 목이 메어와서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민재의 마음: 나는 진짜 네가 좋으면 다 좋은 건데, 왜 또 화가 났지?

가슴이 턱턱 막힌다. 밥을 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연이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내가 밥을 너무 빨리 먹었나? 반찬을 나 혼자 다 먹었나?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이유를 되짚어봐도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맹세코 아무거나 다 좋았다. 파스타를 먹든 국밥을 먹든 메뉴가 무슨 상관일까. 그저 사랑하는 지연이와 평화롭게 밥을 먹고 있다는 이 순간 자체가 좋은 건데. 지연이가 솥밥을 먹고 싶어 하는 눈치길래 기분 좋게 맞춰준 것이고, 내 입맛에도 꽤 맞아서 속으로 참 평화롭고 맛있는 한 끼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를 저렇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까. 설마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손뼉을 치고 호들갑을 떨면서 인생 최고의 맛이라고 외쳐야만 했던 걸까.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그렇게 기력을 쏟아가며 과한 반응을 지어내야 한다면 솔직히 너무 피곤하다. 나는 그저 편안하고 조용하게 이 식사를 즐기고 싶을 뿐인데, 평화롭게 밥 한 번 먹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맘풀고 처방전: 지연과 민재의 사랑을 응원하며..

참으로 애틋하고 짠한 두 사람의 저녁 식사입니다. 누구 하나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없는데 그토록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사랑의 온도를 전하고 확인하는 언어가 조금 달랐을 뿐입니다.

지연은 2번 사랑나눔형입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네요~”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죠. 늘 주변을 살피고 조심성이 있으며, 혼자 있기는 싫은 성향을 가졌습니다. 지연에게 데이트 코스를 짜는 일은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향한 정성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내가 쏟은 마음만큼 상대방이 기뻐하고 그 노력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아주 자연스럽고 애틋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지요.

반면 민재는 9번 평화중재형입니다. “당신은 편안한 사람이네요~”라는 말이 딱 맞는 사람입니다. 조화로운 갈등은 피하고픈 성향을 지녔기에, 늘 관계의 평화를 중시합니다. 민재가 아무거나 다 좋다고 말했던 것은 결코 지연을 향한 무관심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기꺼이 주도권을 넘겨주고 당신의 선택에 따르겠다는 민재만의 가장 깊고 편안한 애정 표현이었던 셈입니다.

지연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민재의 잔잔한 반응은 지연의 정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랍니다. 민재는 감정을 밖으로 크게 꺼내놓기보다 속으로 잔잔하게 머금는 사람일 뿐입니다. 민재는 지연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그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음을 믿어주세요. 무언가를 챙겨주고 나서 상대의 큰 반응을 짐작하며 기다리기보다는, “오빠를 위해 내가 어젯밤에 열심히 찾은 곳인데 마음에 들어? 나 잘했다고 칭찬해 줘.”라고 지연의 예쁜 마음을 둥글게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민재는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면 누구보다 다정하게 화답해 줄 사람입니다.

민재도 조금만 시선을 돌려 지연의 마음을 안아주었으면 합니다. 지연에게 당신의 환한 미소와 다정한 말 한마디는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사랑의 증거입니다. 속으로만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만 더 목소리의 온도를 높여서 마음을 밖으로 꺼내어 보여주세요.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신경 써서 찾아와 주니 정말 감동이다. 덕분에 오늘 밥이 참 맛있네.” 이 따뜻한 한마디면 지연은 내일 당장이라도 당신을 위해 더 큰 세상을 안겨주고 싶어 할 테니까요.

서로의 진심이 엇갈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음번 식탁에서는 서운함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대신 두 사람의 편안하고 따뜻한 웃음소리가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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